필리피나와 교복
필리핀에 가면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한 이국적인 풍경이 몇 개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대학생들도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것입니다.
얼굴이 우리와 달라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어서 처음 봤을 때는 모두 " 고등학생 "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 대학생 " 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필리핀에서 대학생들도 교복을 입는 이유는 “가톨릭”국가라는 보수적인 측면에서 학생은 일반인과 달라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또 다른 뜻으로는 필리핀에서" 공부 " 할 수 있다는 것이 부의 상징, 혜택을 받은 사람의 특권과 같아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른 “차별성”을 보여는 실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중산층 이하의 필리핀 한 가정의 구성원은 10여 명으로 되어 있는데, 그 가정에서 1명 정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대학에 보낸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그 아이를 위해서 희생을 합니다. 2명 이상 대학을 보낸다는 것은 그 집안이 중상층 이상입니다.
이처럼 가정에서도 대학생은 " 선택받은 " 사람입니다.
여존남비 (女尊男卑)의 사상이 강한 필리핀은 그 선택받은 사람의 대부분이 여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선택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선” 의 다른 표현이 “교복”인 것 같습니다.
필리핀 술집에 가보면 "휴학한 대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 "00 대학 HRM(호텔경영학과) 혹은 nursing course(간호학과)"라고 합니다. 해외송금액이 전체 외화벌이의 1/3을 차지한다는 필리핀에 가장 많은 학과인 호텔경영, 간호학과, 관광학과 등입니다.
바에서 일한다고 해도 "대학생"이라고 하면 왠지 한국사람들은 "솔기"하고 다른 술집 여성과 다르게 보게 됩니다.
뭔가 있는 것 같고, 인텔리 계층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영어를 못하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그 술집 여성에게 다른 여성보다 더 정이 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런 술집 여성이 "진짜 대학생"일 수도 있고 "가짜 대학생"일 수 도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대학생"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부 술집 여성은 "가짜 대학생"
흉내를 내기도 합니다.
진위여부는 간단히 판단될 수 있습니다."대학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면 됩니다. 미적미적거리거나 지금 없고 나중에 보여준다면서 나중에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짜 대학생" 일 확률이 높습니다.
일부 유흥가 여성들이 가짜 대학생 흉내를 내는 이유는 한국 사람들을 비롯한 외국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과 값싼 동정을 주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이런 그녀들의 행동은 그녀들이 만들었기보다는 그녀들을 상대하는 외국인들이 만들어 줬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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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대학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진 자” 혹은 “선택받은 자”의 특권을 상징물 중의 하나이지만 4년 혹은 2년제 대학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이를 끝내는 필리핀 사람도 생각보다 흔하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경제적인 이유로 2학년 혹은 3학년에 중도 휴학을 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1학년 입학금, 학비를 내고 1학기 이후에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필리핀의 대학제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마다 학비를 나눠서 받기도 하고 이 학비를 내지 않으면,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지 않아 다음 학년으로 승급을 하지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필리핀에서 대학교의 “수준”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와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열망은 한국에 비해 낮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필리핀 대학생들의 유니폼이 외국인에게는 신기하게만 느껴지지만 그들의 세계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